요즘엔 꾸준히 말을 하고 있지 않으면 잡생각이 많아져서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서 같이 아파하는 친구들을 붙잡고 밤이고 새벽이고 떠들고 있다. 기분이랑 생각을 모조리 배설하고 지쳐서 입만 겨우 움직일 때 쯤 되면 머리가 멍해져서 뜨거워진 폰에 대고 실 없이 웃다가 지쳐 잠든다.
그래도 이제 슬픈 건 많이 줄었다. 정말로
당장 나를 집어 삼킨 슬픔 때문에 숨 쉬는 것도 힘들어서 헉헉 거릴 때 나의 오랜 친구가 지금 들으면 잔인할 수 있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 그것도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안간다며, 괜찮아지려고 아등바등 애를 써야만 한다는 말을 해줬다. 그 때엔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지. 난 안 괜찮은데 어떻게 괜찮아지려고 노력을 할 수 있겠어?
근데 그게 무슨 말인지 지금은 알겠다. 가라앉지 않으려고, 나도 나대로의 행복을 이어가려고 처절하게 노력하니까 이제야 느릿느릿하게 시간이 가기 시작하는 것 같아.



만나봤자 톡 치면 슬픈 말만 하는 내가 놀러가자고 조르면 출근 전에, 시험을 앞두고, 야근을 한 다음 날에, 학교 가기 전에, 다들 나를 만나러 와주었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친구는 한국 시차에 맞추어서 아침마다 나의 안부를 물어주었고 아빠는 말 없이 한우를 집으로 배달시켜주었다.
이 나이 되도록 힘든 일 한 번 없었던 탓에 살면서 이렇게 진창 슬퍼본 적이 처음이라 도대체 그걸 어떻게 회복해야하는지 버겁기만 했었다. 어떻게 잊어야하는 건지, 상실로 무너진 구멍은 어떻게 채워야하는 건지 눈 앞이 깜깜했다.
근데 이걸 잊어야만 괜찮아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주변에 이리도 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고 고마운 사랑이 많다. 오만하게 무뎌져서 잊고 있던 고마움들이 정신 차리고 보니 가득해서 난 또 그걸 안고서 행복하게 지내면 되는 것 같다.



딱 3주가 지났다.
난 아직도 처음 그 날, 그 시간의 모든 숨 하나하나까지 모조리 다 기억이 난다. 그러고 2주 가량은 기억이 아예 없다. 괜찮다 괜찮다 해도 문득 까마득하게 심장이 쿵 떨어지는 건 여전하다.
나에게 너의 존재가 무엇이었는지, 사람이 살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철학적인 생각이 많아졌었다. 아무도 해답을 내리지 못한 문제를 가지고 혼자 합리화에 가까운 답안을 만드려고 애를 썼다.


아이러니하게 지금 나를 위로하는 말은 과거에 너가 해준 말들이었다. 당시엔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은 어렴풋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나. 나와 비슷한 인생의 길이를 가진 너는 어떤 생각을 했었던걸까 고민하는 시간도 늘었다.
아무도 내리지 못한 답안을 나라고 찾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너의 행복한 순간에 같이 있었음에 감사해. 정말 너가 했던 말처럼 이 넓은 우주에서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참 놀라운 확률의 인연이고 내가 가장 행복해하던 순간에 같이 있어줘서 그게 정말 감사해.
모든 건 다 우연을 가장한 인연들이라서 내 시간이랑 너의 시간이 맞았던 것도 신기하고 감사해. 나의 젊은 날에 잊지 못할 경험과 기억들이 고스란히 다 행복한 추억으로 남은 것들이 감사해.
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너희를 만나러 가는 나의 행복하고, 어쩌면 어이 없게 무모한 경험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였으니까. 그 모든 걸 만들어줘서 나는 정말 감사해.

빈아 나는 선물받아 짝 안 맞는 접시, 어울리지 않는 장식품, 사이즈 안 맞는 옷 같은 것들을 여전히 좋아해.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우리 집에 없었을 그런 물건들이 그 친구로 인해서 나에게 있다는 자체가 너무 즐겁거든.
너가 나한테 남긴 것들도 그런 선물 같아. 투박하게 구경하는 구름이랑 봄마다 날리는 민들레 같은 것들, 다 예기치 못하게 너를 알아가면서 같이 보게 됐어. 계절마다 우리들한테 사진을 보내줘서 관심 가지게 된 하늘이나 강, 꽃은 계속해서 내 옆에 있으니까 난 이제 앞으로도 그런 것들로 너를 기억하면 될 것 같아.


정말 많이 사랑해.
난 너의 청춘의 몫까지 더 열심히 즐겁게 살거야. 그리고 산하도 열심히 보러 다닐거야.
빈아 오하고. 가끔 꿈에 놀러 와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