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를 처음 좋아한건 2020년 하반기. 코@나 대창궐로 케이팝의 모든 건 비대면으로 돌아가고, 정착되어 비대면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시기였다. 1년을 넘기도록 실물 한 번 못 봤고 케이팝이 이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막연함에 산하가 사이버가수 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나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산하를? 뮤지컬에서? 내가?
나쁜 의미만은 아니었지만 뮤지컬 분야로는 영 친밀하지 못했던 내게는 나름대로의 날벼락은 맞았다. 그리고 너무 설렜다 🤩 무대를 볼 수 있는 문화예술공연이라니! 지금 와서 보면 그 당시에 케이팝은 여전히 언제 풀릴지 미지수였으니 언제 또 올 지 모르는 기회 같은 셈이었다.

티켓팅 완료 😍 지금에서 이 때로 돌아간다면 더 많은 날짜를 예매했을 것 같은데 그 땐 또 그러지 못했다. 평일을 제외하고도 언제 주말에 일이 잡힐지 모르는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14만원짜리 공연을 미리 잡아둘 수가 없었다. 🥲 (아무튼 그래서 퇴사함)
그리고 대망의 당일 🍒
월요일 20시 공연을 잡고도 일하느라 몇 번이나 예매취소로 위태위태했었다. 😑
공연에 앞서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

산하랑 꼭 닮은 병아리 인형이다. 꼭 갖고 싶었으나 구하기가 어려워 슬퍼하던 참에 받은 선물이라 나는 버스 안에서 상자를 북북 찢어 실물을 확인했지만 아무튼 인형사진은 뒤에…

KBS 아레나홀! 여긴 또 처음 방문해보는 곳이었다. 초행길에 헤맸지만 조금만 나가면 나처럼 오랜만의 대면공연에 벅차하는 뭇 팬분들이 보여 거길 졸졸 쫓아갔다. 저 포스터가 눈에 보이자마자 심장이 쿵쿵 뛰었던 게 아직도 너무 생생함 ㅋㅋ

대기장소에서 산하의 뱃지를 사고 조금 기다리다 입장 안내를 듣고 들어가는데 아무리 봐도 인형이 산하랑 꼭 닮아서 신났다. 노오란 병아리 💛 너가 너무 귀여워 😘
공연장에 앉아 불이 꺼지는 동안에도 심장이 너무 뛰었는데 공연이 시작하며 배우 5명의 실루엣이 실물로 딱 나왔을 땐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실루엣뿐이었는데도 산하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산하를 정말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었던 생물적인 기억이었고 아직도 나한테 그런 재미있고 순수한 벅참을 느끼게 해준 산하에게 고마움.
성인이 넘어가면서 이렇게 순수하게 “좋아해서” 심장 뛰는 기분을 느끼는 건 쉽지 않은데 말야. 산하 덕에 이 날은 그 감정 하나하나가 다 인상깊다.

(앵콜 포토타임 사진)
안경 렌즈 없인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초고도근시 시력과 빛번짐 초고도난시 시야로 그냥 흐릿하게 사는게 일상인 내가 어떻게든 산하를 보려 2기간 가량을 집중했더니 공연이 끝나곤 머리가 아핐던 게 기억이 난다.
공연 끝나고 나와서도 어안이 벙벙해서 친구들에게 예수님이 걸어다닌다고 (ㅋㅋ) 오바도 떨었다.
사실 첫 공연 내용은 지금도, 그 때에도 기억은 잘 안난다. 그냥 내가 산하라는 사람을 보고왔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그걸 제외한 기억은 다 휘발됐다. 아니면 애초에 머릿속에 안 들어왔을 수도…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꼭 시키는 치킨도 시켜서 산하 인형과 함께 먹었다. 공연을 본다/봤다 라는 이벤트 하나로 나는 공연 앞 뒤로 일주일이 행복했다. 연말의 묘한 착잡함도 숨도 못쉬게 바빴던 회사일도 다 그냥 달콤했다 ㅋㅋ 사랑이라는 게 이래서 신기해

일본에 사는 친구(🤩)가 날 위해 대신 사다 한국으로 보내준 스파게티 이불도 덮어줘 보았다. 근데 10cm 인형용이라 너무 작음🥲

그래서 다음날 바로 실을 사다가 이불 대신 목도리를 따뜻하게 둘러줬다.
그러곤 도저히 이렇게 뮤지컬을 보낼 수 없어 계획에 없이 1회차를 추가로 예매했다. 또 일이 잡힐까 조마조마했지만 그래도 또 가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충동적으로 예매한 친구 한명과 함께.
(근데 친구와 나 둘 다 퇴근하자마자 숨도 못 쉬고 달려와 짜장면만 마시고 바로 입장했음🥲 놀지 못했떠.)

한층 따뜻해진 산하와 한번 더 컷🤩
지금 보니까 표도 찍은 거 없이 인형만 주구장창 찍었네. 입장표 좀 잘 챙겨둘걸.

첫 관람 보단 조금 더 멀리서. 한 번 더 산하를 봤다.
두 번 정도 보니 전체적인 내용과 노래도 들렸다.
산하는 노래를 참 잘한다. 어디서나 톡톡 튀는 음색은 아니지만 듣고 있어도 더 듣고 싶을만큼 목소리가 너무너무 부드럽다.
노래를 듣는데에 있어 이렇다할 주관도 없고 구분도 잘하지 못하는 편이라 산하를 좋아하던 1년동안 산하의 목소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던 것 같은데, 넓은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듣고 오니 나는 아주 지대로 반해버린 거다. 원래도 산하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 세지도 못할만큼 넘치게 많았는데 공연을 실물로 보고 온 이 날부턴 노래🤩 가 그 이유들 중에 1등을 먹어버렸다.
산하를 자주 보게된 지금에서도, 아직도 노래가 단연코 첫 번째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알타보이즈라는 공연 자체에 대한 평은… 나에겐 그다지 높은 점수라곤 못하겠다. 그건 내가 뮤지컬에 깊은 지식이 없어서일수도 있지만 전원 아이돌멤버로 꾸린 공연은 정통 뮤지컬과는 또 다르게 해석해볼만하다고도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도 나에게 대단히 감동적인 작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 감사하다. 아마도 그 자리에 참석했던 많은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본보기로 달려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케이팝 대신에 너무 오랜만에 만난 공연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컸다. 아직도 나에겐 너무 소중한 기억이다. 그리고 내 일상을 재밌고 순수하고 벅차게 만들어준 산하에게도 너무 고맙다. 아마도 어쩌면 내가 이 블로그를 열고, 여전히 산하를 좋아하며, 특별한 일기를 기록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알타보이즈 첫 관람 후기는 오글거리더라도 꼭 솔직하게 적어보고 싶었다.
한 달에 한번에서 두번 정도 산하를 보러 다니는 지금, 이 때보다 “내가 무언갈 몰두해서 좋아하는 열정”이 식은 건 아니지만 원래 모든 건 첫번째의 자극이 가장 강렬하고 기억에 오래가는 법이지 😎 살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무언가에 설레서 심장 뛰어본 기억은 귀하기 때문에 산하를 보러 다니면서도 이 때 생각이 종종 난다ㅋㅋ
(+)

귀여운 내 친구들💛 산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나를 통해서 보는 산하에겐 따뜻하고 귀여운 기억들만 있어서 길가다가 노란 병아리만 보이면 이거 산하라고 선물해준다. 너무 귀엽고 소중함😘